2015년 11월 1일 일요일

기억2

아마도 4-5살 정도였을때...
아니다 6-7살 정도였을까? 죽음이란걸 알때였으니까.
하지만 확실한건 학교에 아직 입학하기 전이라건 확실하다.

눈도 많이 왔고 추운 한 겨울이었는데 그날도 아빠한테 혼이나고
어린 나는 죽겠다고 냇가로 갔다.
물에 빠지면 죽겠지.
하지만 추운 겨울이였고 냇물은 꽝꽝 얼어있었다.

눈이 쌓여있는 얼음판에 앉아서 얼음 아래로 헤엄쳐다니는 물고기들을 보고 있었다.
얼음을 어떻게 깨야 하나...
이 물에 빠지면 엄청 춥겠다...
뭐 이런 생각들을 했었나 보다.

3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 겨울 냇가풍경이 생생하다.
자주가서 놀던 장소였었고.
지금도 그때 기분. 얼음이 얼어있는 개천위. 눈이 쌓여있던 풍경들...

딱히 생각해보면 아빠는 나를 때렸던 적은 없었지만...늘 폭언에 노출되어 있었다.
심한 학대는 없었지만 사랑도 없었다.
사랑했다고 했을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아빠의 사랑을 느껴본적이 없다.

늘 무례했고, 나를 무시했고, 윽박질렀다.

지금은 아빠랑 왕래도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지만 그게 슬프다거나 속상하다거나...
뭐 그런 감정은 없고, 음...그래 아무런 감정도 없는 상태.

여전히 동생들에게 무례한 아빠를 보면 그날이 생각이 난다.
죽겠다고 집을 나가 찾아갔던 그 냇가.
꽁꽁얼어붙어있던 그 풍경.
그날 꼬마인 내가 느꼈던 그 기분.

이 얼음을 어떻게 깨야 하나...하는 절망감.
나는 왜 이집에 태어났나...했던 절망감.

아직 어리고 할 수 있는게 없던 나는
꾸역꾸역 다시 집이라고 들어갈 수 밖에 없던 그 기억.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있던 아빠.
내가 나갔다 왔는지도 몰랐던 사람.

아마도 그게 더 큰 상처였겠지. 내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도 모르는...
그래서 평생 사과할 줄 도 모르는 사람.